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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 리뷰어 회고록

2025-07-18

📍 이 글은 우테코 7기 리뷰어로 활동했던 5개월간의 솔직한 회고입니다.

자신만만했던 시작

우테코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후 리뷰어 지원서를 작성하며 저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몇 년간의 실무 경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쌓인 기술적 노하우,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열정.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죠.

그러나 첫 리뷰를 시작하고 몇 주가 지나면서, 제가 얼마나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학습을 돕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고, 저는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완벽하려다 망친 초기

초기 몇 달간 저는 모든 답변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들어오면 관련된 모든 개념을 설명하고, 가능한 모든 관점을 제시하려 했었죠. 마치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야만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크루들은 제 답변에서 핵심을 찾기 어려워했고, 때로는 더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도움을 주려는 선의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학습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좋은 멘토링이란 모든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것을 적절한 깊이로 전달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전달의 품질이 중요하더군요.


사람마다 다른 소통 방식

개발자로서 저는 기술적 문제 해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사람과의 소통에서는 여전히 서툴렀습니다. 특히 각기 다른 학습 스타일을 가진 크루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어떤 크루는 개념적 설명을 선호했고, 어떤 크루는 구체적인 예시를 원했습니다. 누구는 빠른 피드백을 좋아했고, 누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보길 원했습니다. 저는 점차 각 크루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소통 방식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역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아는 걸 잘 설명해주는 게 좋은 리뷰어라고 생각했는데, 점차 크루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직접적인 답변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생각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빡셌습니다

사실 리뷰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시간 관리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주말에 몰아서 하면 되겠지', '퇴근 후 1-2시간이면 충분하겠지' 같은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리뷰에 할애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고, 크루들의 학습에 차질이 없도록 하루 내외로 리뷰를 남겨야 한다는 압박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특히 바쁜 스프린트 기간이나 배포 전 주에는 퇴근 후 지친 상태에서도 리뷰를 써야 했습니다.

주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도 미션 제출 마감일을 고려하면 리뷰를 미룰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은 친구와의 약속 날이었는데도 같이 카페에 가서 리뷰를 작성했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에게 미안했지만 그만큼 일정이 타이트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조차도 크루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떠올리면 힘이 났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추가 질문을 올리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크루들을 보면서 저도 더 성실하게 리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가장 어려웠던 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도 크루들에게는 동일한 수준의 피드백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리뷰 템플릿을 만들어두거나, 자주 나오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두는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리뷰어 생활에서 가장 뜻밖이었던 순간들은 크루들로부터 오히려 배움을 얻을 때였습니다.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크루들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은 때로는 저 자신도 명확히 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실무에서 습관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설명하려다 보니, 제가 진짜 이해하고 있는 것과 그냥 외우고 있는 것의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크루들의 순수한 호기심과 다양한 관점은 제 지식의 빈틈을 메워주었고, 때로는 다른 관점을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전문성이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 배워가는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

리뷰어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은 크루들의 성장을 직접 목격할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문법도 어려워했던 크루가 점차 설계적 사고를 하기 시작하고, 단순히 동작하는 코드를 넘어서 유지보수성과 확장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뿌듯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크루들의 성장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리뷰에 대한 추가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때로는 제가 제시한 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한 크루는 제가 리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학습 정리 글을 작성해서 공유해주기도 했는데, 그때 정말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 또한 초심을 되찾고 동기부여를 다시금 받게 되었습니다. 크루들의 진지한 태도와 배움에 대한 갈망이 저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성장이 저의 직접적인 가르침보다는 크루들 스스로의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단지 그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힌트를 주고, 방향을 제시하고, 때로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이를 통해 배운 것은 좋은 멘토링이란 상대방의 주체성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도 덩달아 성장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것은 리뷰어 활동이 저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었습니다. 크루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제 지식을 체계화하고, 최신 트렌드를 계속 따라잡아야 했으며, 무엇보다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깊이 이해해야 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수준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향상되었습니다. 복잡한 개념을 단순명료하게 설명하는 법,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 적절한 깊이로 정보를 전달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듣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개발자로서의 기술적 성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점들

물론 아쉬웠던 점들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저의 설명 방식이 특정 크루에게 맞지 않아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바쁜 일정으로 인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아쉬웠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시간 부족으로 인한 아쉬움이 가장 컸습니다. 평일 저녁에는 회사 일로 지쳐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많았고, 주말에도 개인적인 일정과 리뷰 일정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러 크루의 미션이 동시에 제출되는 주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각 리뷰의 품질이 들쭉날쭉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빠른 리뷰를 위해 깊이를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도 있었습니다. 크루들의 학습 일정을 고려하면 하루 안에 리뷰를 남겨야 하는데,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없어서 표면적인 피드백만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초기에는 저의 기준과 관점을 너무 강하게 제시했던 것 같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했는데, 때로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저만의 리뷰 철학

5개월의 경험을 통해 저만의 리뷰어 철학이 형성되었습니다.

첫째, 완벽한 답보다는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확실한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술적 지식 전달과 함께 사고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했는지를 함께 나누는 것이 단순한 정답 제시보다 훨씬 도움이 됩니다.

셋째, 개인의 성장 속도와 방향을 존중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으며, 각자에게 맞는 학습 방식과 성장 경로가 있습니다.

넷째,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되, 완벽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므로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5개월의 리뷰어 생활이 끝났지만, 이 경험은 제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가르치는 것이 곧 배우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크루들의 질문에 답하려다 보니 제 지식의 한계를 깨닫게 되었고, 그들의 다양한 관점은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크루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저도 다시 한번 동기부여를 받았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들이 저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거든요.

리뷰어를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 건, 혼자 성장하는 것보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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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승찬 | Frontend Developer